글, 작문

[자작시] 망망대해

J허브 2022. 6. 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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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목적지를 확인한 지 얼마나 됐을까?
기억이 가물거릴 때까지
저어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린 채
저어댔다.


시간의 경계가 흐릿해져
가늠하지 못할 즈음
고개를 들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새벽 어스름
지금이 어딘지, 어디에 떠있는지 몰랐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때가 타고 누렇게 변색된 지도를 
펼쳐봤다.
'이 방향이 맞다.'

다시 눈을 가리고
놓았던 노를 집어 들었다.
고요한 공포가 잠시 나를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저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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