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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 endless rain

endless rain 도시에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사람들 간에는 빗줄기를 가장한 장막이 생겨났다. 서로의 간격이 생겼고, 불필요한 간섭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거리의 소리치는 사람들이 사라지자 도시는 더욱 고요해졌다. 간격은 사람들의 눈초리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안 하던 새로운 화장을 하거나 못 입던 옷을 입어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간격은 생각의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여유는 배려와 이해를 만들었고 독창적인 생각들이 곳곳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한 번쯤은 과열되고 침범하는 도시에 끊이지 않는 빗줄기를...

글, 작문 2022.06.03

[자작에세이] 존재의 근원

존재의 근원 그때 돈 벌러 도시에 나오지 않았다면 그때 61-1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그때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면 그때 장터에서 스치지 않았다면 그때 전쟁을 피해 피난하지 않았다면 그때 당신에게 마을 걸지 않았다면 그때 나의 유전자는 조합되었고 그때 나의 아버지는 조합될 운명이었다. 무한한 '그때'를 거슬러 올라가 그때 말을 걸지 않았다면... 나의 존재는 무핞나 그때의 결정체 모든 존재는 우연의 연속체 당신과 나 존재하니 기적이다.

글, 작문 2022.06.03

[자작시] 극과 극에서

극과 극에서 묘하게 맞물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고통과 행복은 맞물려 돌아가 행복은 불행이 첨가돼야 존재해 삶의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숨 쉬는 나의 존재에 감탄하게 돼 슬픔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이 같은 결정체를 만드는 건 삶이 나에게 알려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부러진 날개는 부러지기 전에는 인식하지 못해 당연함이라는 망각. 그것을 부숴주는 고난 그때야 깨닫지, 내가 날고 있었구나

글, 작문 2022.06.03

[자작시] 망망대해

망망대해 목적지를 확인한 지 얼마나 됐을까? 기억이 가물거릴 때까지 저어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린 채 저어댔다. 시간의 경계가 흐릿해져 가늠하지 못할 즈음 고개를 들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새벽 어스름 지금이 어딘지, 어디에 떠있는지 몰랐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때가 타고 누렇게 변색된 지도를 펼쳐봤다. '이 방향이 맞다.' 다시 눈을 가리고 놓았던 노를 집어 들었다. 고요한 공포가 잠시 나를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저어댔다.

글, 작문 2022.06.03

[자작에세이] 새벽 니체

새벽 니체 가혹한 인생일수록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 위험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숙명적인 절망 앞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다잡으며 서야만 더욱 강한 인간이 된다고 나는 이해했다. 그의 영원회귀 이론처럼 우리의 인생이 반복되는 삶이라면 나는 평소 내가 하는 선택이 아닌 좀 더 위험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는 어쩌면 그런 배경을 만들기 위한 그의 의도를 품은 이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고난이 너무도 선명히 보여 잠들지 못하는 나에게 당신의 말이 충고이자 위로로 들리는 순간이었다. 아무조각모래일지 다이아를 품은 흑연 일지는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을 겪은 물질에게만 알려주는 해답이니,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고난을 겪어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작문 2022.06.03

[자작시] 시간

시간 과거에 미련이 생겨 미래에 걱정이 생겨 과거에 사로잡히고 미래에 저당잡혀 나의 현재는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미래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는 지극한 당연함을 아는데도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순간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구나 그러니 순간을 살자 현재가 곧 미래이고 현재가 곧 과거임에 순간을 사는 사람이야말로 이 물고 물리는 시간의 톱니바퀴의 주인이 될 수 있느니

글, 작문 2022.06.03

[자작에세이] 이상으로 가는 길

이상으로 가는 길 흔들린다. 시야가 저기 보인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의 이상 너는 언제나 손에 잡힐 듯 나를 그렇게 농락하지 다시 한번 기진한 몸뚱이를 추스르고 뻣뻣해진 다리를 움직인다. 닿을 수 없는 목적지가 한계를 넘어가는 육체가 목적지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게 합리화되는 비이성적 현실 그래서 네가 싫다. 그래서 네가 좋다. 목적지를 가진 인간, 고난 속의 미소를 함께 품을 수 있는 이상을 가진 인간

글, 작문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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